이 글은 2025년 03월 02일에 최종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습관의 힘에 대한 글입니다.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의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은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하는 사소한 행동들, 그리고 조직이나 사회 전체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해온 습관이 실제로는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로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습관이 개인의 삶뿐 아니라 조직문화나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기저에는 ‘습관 고리(Habit Loop)’라는 특정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이 많은 독자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회자되는 이유는,
“습관은 굴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재설계할 수 있는 구조물”이라는 메시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습관의 힘, 이 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개념은 ‘습관 고리’다.
습관 고리는 크게 신호(Cue)–행동(Routine)–보상(Reward)이라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특정한 신호가 주어지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익숙해진 행동을 취하고, 그 행동의 결과로서 보상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계기로 시작된 행동일지라도, 보상과 결합하여 반복될 때 우리의 뇌는 그 패턴을 강화하고 ‘습관’으로 굳힌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집에 들어섰을 때 케이블 TV 리모컨을 집어 드는 일이 습관이 되어 있다고 하자. 피곤함이나 무료함 같은 심리적 상태가 ‘신호’가 되어 자동적으로 TV를 보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휴식’ 혹은 ‘심리적 안정’이 ‘보상’이 되어 습관 고리가 고착화된다.
두히그는 이런 습관 고리가 일상생활뿐 아니라 회사,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조직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대형 유통업체는 고객의 구매 습관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매출을 높이는 전략을 고안하거나, 패스트푸드 체인은 구매 패턴을 파악해 매장 레이아웃이나 메뉴 구성을 바꾸기도 한다. 개인에게도 습관은 강력하지만, 거대한 기업이나 조직에서 습관이 체계적으로 파악되고 활용될 때는 훨씬 더 큰 영향이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책에서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습관은 비단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경 가능하다’는 데 있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습관은 완전히 지우는 것보다 대체하는 방식으로 교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뇌가 이미 굳어진 패턴을 무에서 유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동일한 신호와 보상을 살리면서 ‘행동(routine)’만 다른 것으로 치환하면 새로운 습관 고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점심식사 후 습관적으로 달콤한 디저트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매일 같은 시점(점심 식사 직후)과 동일한 보상(기분 전환 혹은 만족감)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다. 이때 디저트를 먹는 행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보다는, 설탕 함량이 낮은 간식이나 과일로 바꾸거나, 짧은 산책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비슷한 보상을 얻도록 설계하는 편이 훨씬 실천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우리 뇌가 “아, 이 시간에 무엇인가 달콤한 보상을 얻는구나”라고 인식하되, 몸에 해로운 행동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습관을 점차 변형할 수 있게 된다.
찰스 두히그는 이러한 습관 변경 전략을 개인 수준에서 확장해 기업과 조직 차원에서도 적용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사례 중 하나가 알코아(Alcoa)의 안전 제도 강화 케이스다. CEO가 된 폴 오닐(Paul O’Neill)은 회사의 핵심 가치를 ‘작업장 안전’에 두어, 모든 의사결정과 직원들의 행동 패턴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처음에는 주주들과 임직원 일부가 의아해했지만, 안전이라는 ‘핵심 습관(Keystone Habit)’을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이윤을 증가시키는 부수효과가 발생했다.
즉, 핵심 습관 하나가 잡히면, 다른 측면에서도 연쇄 반응이 일어나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처럼 습관 중에서도 ‘핵심 습관’은 특히 중요하다.
핵심 습관이란, 해당 습관을 개선했을 때 개인이나 조직의 여러 영역에서 파급 효과가 일어나도록 만드는 강력한 습관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조깅을 20분씩 하는 습관은 개인에게 단순히 체력 증진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운동을 마치면 더 건강한 식단을 챙기게 되고, 충분한 수면을 위해 밤에 무분별한 늦은 야식을 줄이는 등 생활 리듬이 전체적으로 건강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핵심 습관 하나가 자리 잡으면, 연결된 여러 가지 습관이 순차적으로 개선되는 ‘도미노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습관 개선 전략에서 핵심 습관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두히그의 또 다른 주요 논점 중 하나는 습관이 우리의 의지력이나 결단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기에, 습관을 바꾸려면 강력한 의지력이 필요하다고만 여긴다. 물론 변화를 시작하는 동력으로서 의지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정신 차리고 해내라”라는 식의 조언만으로는 지속적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의 뇌는 의식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행동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습관이란 원래 뇌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고안한 자동화 기제이므로, 특정 행동을 반복해 ‘루틴화’하면 매번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고도 동일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따라서 의지력을 활용하여 습관을 ‘세팅’해두면, 그 습관이 자리 잡은 이후에는 오히려 적은 노력으로 원하는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책에 소개되는 스타벅스의 사례도 인상 깊다.
스타벅스는 직원들이 고객 응대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도록, 의지력뿐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매뉴얼과 트레이닝 프로그램(‘성공 루틴’)을 제공한다. 예컨대, 고객이 화를 낸다면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예상치 못한 난관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행동 지침은 무엇인지 등을 사전에 철저히 교육하고 반복 훈련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점차 자동적인 대응 전략을 습득하게 되고, 결국 의지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습관의 메커니즘을 조직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한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개인 관점에서 습관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주는 실용적인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신호(Cue)를 파악하는 단계가 중요하다.
아무리 의지를 내더라도, 불분명한 신호 속에서 습관을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점심시간 이후 나른함이 신호인지, 특정 감정 상태가 신호인지, 주변 환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먼저 관찰해야 한다.
둘째, 바뀌어야 할 행동(Routine)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 대체 행동 역시 실제로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간식을 안 먹겠어”라는 추상적 다짐이 아니라, “점심식사 후 2시쯤이면 사무실 옥상에서 10분간 산책을 하겠다”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정해야 실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보상(Reward)을 재설계하되, 기존의 나쁜 습관이 주던 만족감을 전혀 무시해서도 안 된다.
뇌가 ‘이 행동을 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고 인지해야 지속적으로 루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찰스 두히그는 이러한 습관 형성 이론과 사례를 통해, 우리가 흔히 “내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자책하며 실패를 거듭하는 영역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나는 왜 항상 작심삼일로 끝날까?”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의지력만 탓할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동안 무의식 중에 굳혀온 습관 고리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재설계할지 전략을 세워보라”는 제안을 건넨다. 실제로 저자는 개인이 체중 감량, 금연, 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목표를 달성한 사례를 예시로 들면서, 습관 고리에 대한 이해와 설계가 목표 달성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습관은 ‘학습과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반복하고자 하지만, 그 안에 갇히면 발전이 정체될 위험이 있다. 이를 깨뜨리고자 일부러 ‘학습형 습관’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매주 정해진 시간에 독서 클럽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거나,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이를 블로그나 SNS에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점차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이 축적될 뿐 아니라 자기효능감이 높아지면서 삶의 다른 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습관은 우리를 구속하는 굴레가 아니라, 자기 개발을 가속화하는 ‘자동화된 추진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습관의 힘』은 단순히 “습관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전달하는 자기계발서를 넘어, 인간 행동의 근본 메커니즘을 뇌 과학·심리학·경제학·경영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해낸 통합적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무심코 반복해온 사소한 일상의 행동들, 혹은 회사나 조직에서 지속되어온 제도나 문화가 사실은 ‘습관 고리’라는 구조 안에서 놀라울 만큼 체계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그 습관이 개인 및 조직에 유익한 방향으로 작동되도록 전략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 커다란 희망과 동기를 얻게 된다.
결국, 찰스 두히그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습관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습관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습관 고리를 만들어내면, 의지력을 소모하는 대신 일상에서 자동적으로 원하는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 반대로, 해롭거나 비효율적인 습관 고리를 방치하면 개인의 삶은 물론 조직과 사회 전체가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거나 심지어 파멸적인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선택의 기로에서, 독자들에게 습관을 ‘설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변화와 성장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습관은 운명처럼 주어진 굴레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교정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며, 누구나 이 시스템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자기 삶의 패턴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안겨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