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라는 사색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이 수천 년 동안 던져온 가장 근본적이고도 본질적인 물음이다. 이 질문은 철학자, 종교인, 과학자, 그리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매일 ‘나’라고 부르는 이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단순한 육체에 불과한가, 아니면 어떤 더 깊은 본질을 지닌 존재인가?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스승인 사콩 미팜 린포체는 그의 저서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대해』에서 이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그는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나’라는 존재를 단순한 개념이 아닌, 깊은 명상과 성찰을 통해 경험해야 할 궁극적 실재로 바라본다. 본 에세이에서는 사콩 미팜 린포체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나’라는 개념의 허상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나는 기쁘다”, “나는 화가 난다”, “나는 배고프다” 등의 표현에서 우리는 ‘나’라는 주체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콩 미팜 린포체는 이러한 ‘나’의 개념이 실체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불교 철학에서는 ‘자아’(Self)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연속적인 흐름에 불과하다고 본다. 우리는 우리의 몸, 감정, 생각, 기억 등을 ‘나’라고 여기지만, 이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나’란 과연 존재하는가?
사콩 미팜 린포체는 오온(五蘊)이라는 불교적 개념을 통해 우리가 ‘나’라고 여기는 것이 다섯 가지 요소(물질, 감각, 인식, 정신적 형성, 의식)의 조합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나’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이 요소들이 순간순간 결합하는 과정일 뿐, 독립적이고 변하지 않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깨달음은 우리에게 큰 자유를 준다. 만약 ‘나’라는 존재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나를 둘러싼 환영(幻影)에서 벗어나기
사콩 미팜 린포체는 우리가 ‘나’라는 개념에 집착하면서 불필요한 고통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나’가 존재한다고 강하게 믿으면,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며 비교하고, 욕망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환영(illusion)이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종종 그것이 ‘나’의 본질이라고 착각한다.
예를 들어, 분노를 느낄 때 우리는 “나는 화가 났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화’라는 감정은 순간적인 반응이며,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가 ‘나는 화가 난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단지 감정의 흐름 중 하나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 만약 우리가 감정과 생각이 단지 스쳐 지나가는 현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
진정한 ‘나’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 사콩 미팜 린포체는 단순히 ‘자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참된 본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 Śūnyatā)의 개념은 모든 것이 실체적이지 않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무(無)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변화하는 현상 속에서도 지속되는 어떤 깊은 본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마치 바다와 같다. 파도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바다는 항상 존재한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마치 바다 위의 파도처럼 계속 변화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본질 자체는 아니다.
린포체는 깊은 명상을 통해 이러한 본성을 직접 경험할 것을 권유한다. 그는 참된 ‘나’는 개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명상 속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을 내려놓고 완전한 침묵 속에 들어갈 때, 우리는 ‘나’라는 개념을 넘어선 더 깊은 존재감을 경험할 수 있다.
삶 속에서의 실천: ‘나’를 초월한 자유
우리는 과거의 경험이나 미래의 기대에 집착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면, 우리는 과거의 실패나 미래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라는 실체가 없다면, ‘너’라는 실체도 없다. 즉, 우리 모두는 변하는 흐름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 이 깨달음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깊이 함양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며 불안해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다. 명상과 실천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을 수 있다.
사콩 미팜 린포체의 가르침은 단순히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나’라는 개념을 넘어서 더 깊은 자유와 평온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깨닫고, 감정과 생각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나’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어쩌면 끝없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깊은 깨달음과 자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